2024 연극 [아이디어 402호] 제작진 인터뷰1

2024. 8. 9. 14:24연극

알로역, 박진영배우


지현역, 고규빈배우

 

01. 연극 <아이디어 402호>의 공연이 이루어지는 조그만 방은 극중에서 우주선의 캡슐 내부가 되죠. 우주정거장으로 향하는 두 주인공, 알로와 지현의 여정에 관객들이 동행 하도록 한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극 외부 현실에 존재하는 방이라는 공간, 그리고 우주선 캡슐 내부 사이에는 필연적 으로 괴리가 존재하잖아요. 각자 연출과 연기를 하면서 이 격차를 좁혀가고, 관객들을 완전히 작중 공간으로 이끌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했나요?


(진영) 노력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요, 방이 좁은 공간이다 보니까 관객들이 코 앞에서 우리를 보고 있게 되죠. 공간이 이렇게 작은데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할 지 고민을 했어요. 관객과의 거리가 더 멀고,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크다면 다르게 연기했을 텐데. 호흡을 좀더 작게 조절해야 했어요. 작은 호흡으로 연기해도 전부 다 전달되니까요. (규빈) 제가 우주선 캡슐이라는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공간과 링크된 부분을 관객에게도 전달해야 하는데, 그것에 대해 특별히 고민을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아주 찰나의 순간- 관객의 존재를 아예 배제하고 연기를 할까? 아니면 완전히 의식하고 보면서 연기를 해야 하나? 한 가지를 선택해야 했는데. 사실 저는 극중의 지현' 캐릭터와 비슷한 성향이 있어서. 좀 방어적 이거든요. 하지만 그 때는 반대로 해보려고 했어요. 제가 먼저 다가가려 하니까, 관객 분들이 받아주더라고요. (진영) 좋았겠다, 그 순간이.

 


 (규빈) 좋았어요. 연극에서, 그런 순간을 저는 특히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일방향적이지 않은. 영상 작업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죠..

 (루나) 관객들이 공연 장소에 도착하고 극이 시작되자마자, 여기가 실은 우주선의 내부라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으로 세팅해둔 셈이고요. 배우의 연기를 통해서 그 안에서 각자 정보를 얻어서, 이곳이 캡슐 안이라는 점을 관객들이 스스로 깨닫기를 바랐어요. 이전에도 상대적으로 협소한 공간에서 연극을 선보인 적이 많다 보니까, 공간의 변칙적인 활용에 대한 경험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알로와 지현

 

 

Q2. 진영과 규빈, 두 배우에게 질문해 보겠습니다. 이전에도 사이언스 픽션 장르의 연극에 출연한 경험이 있나요? 연극 <아이디어 402호>가 지닌 장르적인 특수성이 두 사람의 연기에 각각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규빈) 동시대 현실을 살아가는 캐릭터였다면, 보통은 이렇게 반응하는 게 타당하겠지, 라는 식의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런 자유로움의 체험이 가장 인상깊었고요. 저는 최근에 다른 환경에서 연기를 하면서 자주 들은 피드백이, 보편적으로 생각해.' 였어요.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으로 캐릭터를 해석하라는 식의 이야기를요. <아이디어 402호>를 연기하면서는 비교적 자유롭게반응하고, 대사를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저는 '지현'이 그렇게 특이한 캐릭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진영) 저는 로인(*극중에서 로봇과 인간의 합성적 존재를 가리키는 단어) '알로' 캐릭터를 연기했잖아요? '알로'가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를 설정하고 캐릭터를 구축해보려고 고민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나는 로봇이니까, (일반적인 식사 대신) 사탕 같은 걸 먹으려나? 하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고요. 결론적으로는, <아이디어 402호> 속 세계를 그냥 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알로' 에게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실일 테니까. 사람과사람 간의 만남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세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특히 그 부분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쌓아봤어요. 당연히 1인 캡슐 속에서의 나홀로 여행을 예상했는데, 그 안에서 다른 존재를 마주쳤고 우주정거장 까지 무조건 동행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알로'는 어떻게 행동할까. 그런 식으로 '알로' 만의 고유한 반응을 만들어 내려고 했어요

2024년 7월 연극[아이디어 402호] 리플렛 앞

 

지현과 루나는 대화중

 

 

Q3. 연출자와 연기자 모두에게 공통 질문입니다. 캐스팅이 확정되고 세 사람이첫 회의를 하고, 대본을 만들고, 관객들 에게 공연을 선보이기까지, 준비 기간이 유난히 짧았다고 들었어요.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죠? 바깥에서 보기에도 굉장한 도전이었겠다고 생각되는데, 이렇게 빠른 호흡으로 한 편의 연극을 완성해본 경험에 대한 각자의 소견이 궁금합니다.


 (루나) 저부터 얘기할까요? 저는 공연 한 편 만드는 데에 들이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웃음) 작년 11월에 만들었던 공연은, 상연일 2주 전에 연기할 분들을 캐스팅 했고요. 심지어 대본 없는 연극이었어요. 그 작업에서도 그랬지만, 공연을 만들다 보면 매번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아주 철저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정밀하게 작업을 해나가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양극의 성향을 가진 실험을 자주 하게 되네요. <아이디어 402호>의 경우, 오히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점이 가장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즉흥적인 요소를 도입하면서 수많은 가능성을 발견했고요. 그리고 이번 작업은 대본에도 유머러스한 내용이 많이 포함됐고, 배우들과 셋이서 정말 즐겁게 웃으며 작업한 덕분에 극을 잘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규빈) 셋이서 만난 지 이틀째 되는 날, 루나가 써온 대본 초안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눴고, '이건 된다!' 싶었어요. 어릴
 때 장기자랑 준비하면서, 친구들이랑 짧은 기간에 엄청 집중하는 기분 좋은 추억도 떠올랐고요. 그리고 이건 개인적 으로 운이 좋았던 부분인데, 그 때 제가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였어요.(웃음) 여러 의지가 충만하던 시기와 공연 준비 기간이 맞물려서 좋았어요. 앞으로도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2024년 3월, 오방난로는 필수였다_아이디어 402호
알로의 소품, 감정사탕★



 (진영) 굉장히 바쁜 일정이었지만, 루나는 제작 과정에서 동 료들의 인권을 정말 소중히 여기는 연출자라는 느낌을 받아서(웃음) 좋았어요. 나라는 사람을 먼저 받아들여주고, 그
 다음 공연을 만드는 느낌이었죠. 서로 동료를 찾자는 느낌으로 시작해서, 제 마음도 빨리 열렸고요. 규빈과의 호흡도 처음부터 참 좋았어요. 음악을 틀고 근황을 이야기 하고, 함께 차를 마시고 나서 연습을 시작하는 과정도 편안 했어요. 배려심을 느꼈죠. '하나의 알을 깨고 나왔다.'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저에게는 좋은 계기가 된 작업이에요 저는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불안도가 높은 기질이거든요.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 속에서, 오히려 어떤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느낌이 제 마음을 편안하게 했어요. 누구보다 무겁게 걱정하고 시작이 두려운 사람 이었는데, 자신감을 많이 얻게 됐습니다.

 

차와 초콜렛 그리고 대본

 

Q4. 연출자에게 질문 드립니다. '알로'와 '지현' 이 살아 가고, 우주선을 이용한 행성간 여행이 일반화된 미래의 세계관을 구상하게 된 최초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알로'는 로인이며, '지현'은 '휴먼시러병' 이라는 질환에 시달리는 인간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두 캐릭터에 그런 정체성을 부여하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루나) 당시 저는 SF 연극에 관한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그 수업에서 강사님이 하신 얘기 중에 가장 인상깊던 건, 'SF 연극도 다른 장르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는 말이었어요. <아이디어 402호>의 극작을 시작하면서, 설정 상의 자유로움 은 있었죠. 각자 자신의 공간을 침범당한다고 느끼는 두 사람을 모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인간으로서 인간을 싫어하는 건, 누구나 품을 수 있는 흔한 감정이죠 미래에는 타인을 마주치기 싫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해요. 자신이 '휴먼시러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될 수도 있겠고요. 인간이 로봇에 비해 적은 수를 차지하게 될 수도 있겠죠. 그런 식으로 세계관을 만들다 보니까, 소수자나 디아스포라 등 정체성의 문제가 중요해 지는 지금의 현실과 많이 닮아있더라고요.

 

 

마지막 장면, 알로가 창밖을 보는 장면, 그 사이 지현이 떠나고 고개를 돌렸을 땐 아무도 없는 공간

 

지현이 나가기전, 알로의 뒷모습을 촬영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

 

 

★해당 인터뷰는 2024년 3월 동묘에 위치한 루나의 개인작업실에서 연극 공연을 올리고 난 후 5월에 만나 자체적으로 기록에 남겼다. 이후 7월 공연의 리플렛으로 제작하여 배포하였습니다:0

 

연극 <아이디어 402호> 제작진 인터뷰 작성일|2024년 5월 10일(금) 진행 및 편집|JAMIE 답변|고규빈, 박진영, LuNa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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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연기를 펼친 두 분은, 각자 그리고 서로가 맡은 배역을 통해 현실의 자기 자신과의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나요?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각자 맡은 배역에 이입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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