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9. 17:30ㆍ연극

05. 연기를 펼친 두 분은, 각자 그리고 서로가 맡은 배역을 통해 현실의 자기 자신과의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나요?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각자 맡은 배역에 이입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궁금합니다.
(규빈) 저는 어릴 때 정말 '지현' 과 비슷했어요. 낯가림도 심했고요, 인간 관계에서 상처받기 싫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죠. 실제로 휴먼시러병 환자에 가까 운 상태일 때도 있었고요.(웃음) 일정 부분은 포기한 상태 입니다. 그러면서도 관계에서 `적정선' 이란 무엇인가, 계속 탐구하고 연습하는 중이에요.
(진영) 저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지현' 캐릭터에 무척 공감했어요.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도 생각했고요 그래서 제가 '알로' 배역을 맡게 됐을 때는 좀 당황했어요. 알로' 와 저는 그리 닮지는 않은 것 같아요.
(루나) 진영이를 처음 알게 됐을 때, 똑같은 워크숍을 7년 동안이나 계속 참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꾸준함과 인내심이 인상적이었어요. 흐트러짐 없는 고유의 루틴을 지닌 사람이구나, 싶었고요.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는 상대에게 많이 맞춰주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타인을 배려하다가 자신의 마음의 문이 닫혀도, 상대가 그 사실을 알도록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도 받았어요. 진영의 그런 점이 '알로'와 조금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06. 이번에는 연출자 루나가 연기자 규빈과 진영에게하는 질문입니다. 현재 유튜브 플랫폼에 개설된 채널이 대략 5천만 개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시대에 연극이라는 예술은 동시대의 콘텐츠가 주로 가지는 호흡과 상반되는 특징이 많지요. 보통 제작기간도 느리고, 영상 기록보다 라이브를 선호하고, 상업적으로 어필되기에 힘든 부분이 많아요. 동시대를 살아 가는 배우로서, 두 사람은 연극의 어떤 부분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극에서 지켜져야 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규빈) 그 답이라면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어요. 다만 큰 틀에서 예술이 단지 자아 실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만드는 쪽에서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매몰되지는 않았으면 하고요. 소위 고전이라고 하는 사례를 보면, 결국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반으로 훌륭한 작업이 탄생하는구나 싶거든요. 반드시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 건 저에게 조금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진영) 저도 요즘 많이 고민하는 주제예요 요새는 영화관의 수마저 크게 줄고 있잖아요. 시네필의 규모가 급속히 줄어드는 것에 비해서,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수는 크게 변화가 없는 느낌이에요. 영상 기반의 작품을 보고 받는 감동과, 연극 한 편을 보고 받는 감동은, 저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이에요. 반면 저희보다 어린 세대는
말도 잘 못 하는 아기일 때부터 솟 폼 콘텐츠를 보면서 자라는 세대잖아요? 그들이 주요 관객이 될 때에는 연극에도 새로운 형식과 내용을 기대하겠죠. 아마 상연 시간도 짧아질 거고 공간의 제약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 보이고요. 장르도 불분명 해졌죠. 우리만 해도 이번 공연은 좀 가볍게 만들었잖아요. 그 과정에서 비인격적인 존재로 서로를 취급하지도 않았고요. 내 삶의 어떤 부분도, 연극을 만드느라 파괴되지 않는다는 느낌. 나의 일상과 생계유지 활동이 그로부터 침해받지 않는다는 느낌이 좋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나는 긴 호흡으로, 더 깊이 파고드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라는 식의 고민을 지속하게 돼요

Q7. 배우 진영이 연출자 루나에게 질문합니다. 루나는 [아이디어 402호]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와 규빈의 연기에 관해 거의 코멘트를 하지 않았죠. 우리의 연기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텐데, 왜 별다른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나요?
(루나) 사실 저는 공연 당일의 연기보다, 연습 시간에 펼쳐지 는 연기를 보는 게 때로는 더 좋아요. 그게 너무 재미 있거든요. 오늘 연습에서 보는 모습이 다르고, 내일은 또 달라져요. 연기자들 각자 겪는 하루, 하루의 삶이 다르고 컨디션도 다르고, 생각도 달라지고요. 함께 모여 대화를 나누고 난 다음에 또 연기가 달라지죠. 저는 그런 걸 보는 게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미리 정해놓은 경로로 연기자들을 데리고가는 것보다, 그런 변화를 관찰하는 것 자체가 항상 더 중요한 실험이라고 생각돼요.


Q8. 배우 규빈이 연출자 루나에게 질문합니다. 연극 [아이디어 402호]와, '연극상점' 이라는 프로젝트 구상의 불씨가 생긴 계기는 무엇인가요?
(루나) 특정한 날, 똑같은 시간에 찾아가면 매번 연극을볼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싶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했어요. 특별히 팔고 싶은 물건은 없는데도, 작은 가게를 하나 가지고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상점이 매주 다른 배우가 와서,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곳이라면? '나는 연극을 종아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극을 잘 모르잖아.' 예를 들어 사람들은커피를참좋아하고 매일 마시는데, 연극도 커피처럼 원활히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물론 연극은 혼자 만들 수 없고 여러 명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시간을 쌓아가며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요. (FIN)


★해당 인터뷰는 2024년 3월 동묘에 위치한 루나의 개인작업실에서 연극 공연을 올리고 난 후 5월에 만나 자체적으로 기록에 남겼다. 이후 7월 공연의 리플렛으로 제작하여 배포하였습니다:0
연극 <아이디어 402호> 제작진 인터뷰 작성일|2024년 5월 10일(금) 진행 및 편집|JAMIE 답변|고규빈, 박진영, LuNa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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