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시와춤 김애란

2025. 6. 4. 18:06시와춤

이곳 사람들은 '혼자'라는 단어를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만지고 또 만졌다 
 
희망과 기대 속에서 소금처럼 하얗게, 하얗게 결정화 된 고독 
 
너무 쓰고 짠 고독
 
김애란_ [침묵의 미래] 세 문장 발췌
 
 
 
 

 
 
 
읽어버린 문장을 다시 만날 때 찾아오는 경이로움이 있다. 문장이 말이 되거나 사라질 때 어떤 형태를 하고서 왔다 간다고 믿는다.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단어가 닳아 없어질 때까지 만지고 또 만지는 감각은 무어란 말이냐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길게 생각하지 않았다.
책에선 내가 좋아하는 문장의 더미들은 앞부분에 몰려있었고 나는 그 부분에서 세 문장을 발췌했다.
강렬하고 움직여보고 싶은 것들이었다.
효율적이며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 사이로 어떻게 아름답게 움직여볼까 생각하진 않았다.
직관적으로 움직이다보니 무보(무용의 움직임을 기록함)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고 이날 나는 세 문장의 무보를 만들었다.
감정에 관한 문장들이었고 움직이면서 줄곧 어떤 상황이 연출되었으나 이것을 의식하진 않았다.
분명 이어서 확장하여 서사를 만들거나 대사가 만들어지는 상황이었으나 그렇게 이어 나가고 싶지 않았다.
 
 

 
움직이면서 발견되는 것들은 신기하게도 보편적인 순서들을 바꾼다. 그 안에서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감각에 그치기도 한다. 
 
글을 쓰고 그것에 맡게 움직이고 말하며 동선을 만들어냈던 연극의 흐름과 다르게 적용이 가능했다.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 대사의 앞뒤 상황이 있으며  그것을 잊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나에겐 그 말이 오랫동안 깊게 박혀 있었다. 어쩌면 내 인생의 전반에 모든 것에 적용되었는지도 모른다. 내 몸은 이제 이 방법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T와 매달 단편소설을 읽는데 시와춤의 작업으로 연결시킨 것은 처음이다. 이미 이 작품을 함께 읽었던 터라 무리없이 우리는 서로 각자가 좋아하는 구절을 다시 읽었고 각자의 문장으로 각자 움직였다.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으며 우린 각자의 작업을 마친 후 함께 움직였다. T와 움직이니 어떤 영향이 생겨나고 그로 인한 발생도 마주 할 수 있었다.
언어의 소멸을 담은 [침묵의 미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슬픈 문자들의 연속처럼 느껴졌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을 움직여서 체화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4월에 이어 이 작업을 지속해도 좋다고 생각이 든다. 글의 다양한 형태는 장르 안에서 다르게 쪼개짐을 느낀다. 물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해석하는 몸은 '나'일 테지만
 
시는 여전히 어렵다. 서사는 친숙하다.
그렇기에 시는 매혹적이고 불편하며 서사는 친숙해서 함부로 대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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