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3. 14:13ㆍ시와춤
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살아 있는 거라고 믿었다.
그때 나는 나를 잊었는지도 모른다, 기억해 냈는지도 모른다.
강하게. 누구라도 상처 입을 그 손톱 끝에, 광활한 들판과 하늘의 돔이 펼쳐졌다.
피었다가 지는 꽃다발을 베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그 끝에서 그녀가 자라고 있었다.
흙의 빛,
물의 빛,
빛이 없는 나의 몸
[ さいはてたひ (사이하테 타히)_흰 꽃. 일부 발췌]
오랜만에 타히의 시
타히의 시는 읽을 때마다 녹지 않는 얼음을 물고 있는 감각이다.
타히, 어떤 생각을 지닌 사람일까

[누구라도 상처 입을 그 손톱 끝에, 광활한 들판과 하늘의 돔이 펼쳐졌다]
나는 갈대에 뒤덮인 땅에 서있는 한 여자를 상상했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 속 그런 여자를 떠올렸다. 고전시대 서양의 옷차람의 키가 크고 마른 여자가 수수한 옷차림으로. 공허한 표정이다. 그 여자는 어느 한 곳을 지켜보고 있다.
그곳은 [피었다가 지는 꽃다발을 베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는 등을 진 곳이다. 문장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여자와 비슷한 옷차림이지만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여자와 마을 사람들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가 있다. 멀지 않았지만 멀리 느껴진다. 그녀의 출입을 허락한 적 없는 사람들은 그녀로부터 마을을 지킨다. 여자는 가끔 앉는다. 여자는 늘 같은 방향을 보며 드물게 하늘을 바라본다. 꽃다발을 베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떨어진 경계에 서있는 그녀는 혼자 자란다. 온갖의 빛이 그녀를 감싼다. 하지만 결국 해가 다시 뜨면 그녀는 알게 된다. 빛을 잃은 몸이라는 것을.
D에게 두 명의 시인을 제안했고 타히를 선택했다.
우리는 시를 읽고 바로 춤을 췄다.
나는 마을과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녀에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계산했다. 몸의 계산, 몸의 측정, 거리를 선으로 인식하는 몸의 거리,
그 시선으로서의 출발했다. 바람이 지속적으로 부는 이곳에서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기다린다. 치마가 흔들린다. 곱슬머리가 부서진다. 저 수평선 너머를 바라본다. 언제고 돌아올, 돌아오지 않을 리 없는 당연한 몸으로. 선은 몸을 유연하게 만들지 못했다. 측정된 선은 공간은 만들고 그곳에서의 움직임은 이입의 가속을 만들어 왔다. 경험 안에서 또 다른 경험이 만들어 그 안에서 살게 했다. 여자는 밭이 된 사각 안에서 아이를 기다린다.

텍스트 앞에서 움직임이 자유롭지는 못 하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자유로운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그건 하나로 정의하기 힘들다. 같은 단어도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시간에 따라 자유에 대한 정의가 달라진다는 것이 내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우리가 시를 읽고 춤을 췄던 영상과 담화를 나눈 것은 기록되지 못했다. 저장된 일부는 초점이 나갔다. 카메라 사용법을 다시 터득해야겠다.
카메라만 믿고 D의 말을 하나도 받아 적지 않았다. 너무 아쉽다. 내가 기억에 남는 D의 말은 '계속 어떤 형태를 무의식적으로 따르게 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같은 텍스트, '시'에서 출발했다. 내가 행한 선과 사각의 개념을 온전히 따를 수도, 따르기를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통했던 무언가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D가 들려주는 말속에서 그동안 내가 사고했던 지점과 다른 생각들을 발견했다. D는 여기 이곳, 시를 읽는 나의 목소리, 시를 읽는 목소리가 주는 그 공간감에서 시작했다. 그것이 이끄는 어떤 움직임들은 하나의 부피처럼 형성해 나가면서 다양하게 뻗어나간다. 나는 시를 문장의 걸음으로 보았다. 글, 문장, 단어와 동사가 움직이는 결을 따르면 하나의 장면이 보인다. 그것이 나에게 시가 이끄는 결이다.
'밖에서도 볼 수 있고'
'안에서도 볼 수 있는'
D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함께하는 이 덩어리 진 공간의 시선에 대한 말이었으리라 본다. 그동안 시와춤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공간을 볼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나는 문장이 날 데려가는 그곳을 의심하지 않았다. 연결되는 상상과 보이지 않는 허구, 닿는 지점이 나를 계속 끌어당긴다. 나의 자유는 그곳에 있었다.
D는 나와 비슷하게 선의 움직임으로 움직이게 되었다고 말했다. 분명 D는 D의 움직임을 추었을 것이다. 우린 그곳에 함께 있었다. 저장되지 않은 영상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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