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30. 16:28ㆍ시와춤
나는 너를 생각하고 있어.
사랑스럽고, 부드럽고 맑은 기분 속에서,
낮이고 밤이고 잠겨 있어.
마치 나를 죄인이라도 된 양 느끼며.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있는 힘껏 말야.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생각이 들어도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나는 내 몸을 버리고 너에게 헌신하려고 하지.
또 그렇게 하는 수밖에. 내게는 이제
희망도 목적도 찾을 수 없으니
그렇게 하는 게, 나에게 행복인 거야.
행복인 거야, 세상의 번거로움 모두 잊고,
어찌 될 것인지도 모르고, 나는
너에게 헌신할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해!
なかはらちゅうや 나카하라 주야 _ [무제 4] 발췌
HYEIN SEO (이하 혜인서 f2015)는 소설과 영화의 한 장면, 도시에서 수집한 익명의 서사 파편에서 광범위한 영감을 얻는다. 혜인서의 옷은 추상적이거나 불명확한 이미지 또는 이야기를 착용자의 몸 위에 옮겨 오는 매체이며 이때 패션은 일상과 밀접한 알레고리로 기능한다. 패션과 미술은 도취적으로 스스로를 전시한다. 미술이 보편적 형식이나 완성의 추구에서 벗어나 생산자 개인의 매체 창안과 표현을 드러내는 데 집중하듯, 패션은 개인의 몸과 문화, 환경이 교차하는 접점을 즉물적으로 보여주는 예술의 장르가 되었다. 동시대 미술관의 전시실이 쇼룸처럼 패션 스튜디오의 쇼룸이 전시실처럼 서로를 닮는 현상은 패션과 미술이 비슷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대복장》 _리플릿에서 발췌
Iconclash: Contemporary Outfits
2025.5.30.(Fri) ─ 2025.7.20.(Sun) 일민미술관

조용히 애정하는 J의 초대로 전시 [시대복장]을 관람했다. 개인적으로 혜인서 디자이너의 작품과 레퍼런스가 인상 깊었다. 그녀가 작품을 만들 때 참고했던 다양한 예술작품들의 발췌가 잘 되어있어서 꼼꼼하게 그것들을 살피며 혜인서 디자이너의 작품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었는데 디자이너의 연필로 적은 습작이나 연출노트 또한 함께 배치되어 있어서 작가가 레퍼런스를 보고 어떤 방향으로 무엇을 생각하며 만들었는지 경로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정성스러운 설계였다.

혜인서 디자이너의 레퍼런스는 나의 취향을 저격해 계속 그 주변을 맴돌고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다. [나카하라 주야] 시에서 발췌해서 직접 단추를 만들어버린 황홀한 생각과 행동에 감탄하며 쇼윈도에 얼굴을 밀착해서 단추들을 관람했다. 달을 사랑하시는지 달에 관한 작품이 많아 덕분에 레퍼런스 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녀가 참고한 서적을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전시가 끝나자마자 서점으로 향했다. 달이 들어간 그림 패턴은 너무 몽환적이지 않은가 (결국 굿즈도 사버렸다는)


나는 거의 몇 주째 나카하라 주야 시를 반복해서 읽는다.
T에게 시와춤을 하고 싶은 시를 찾았다고 말했을 때 난 너무 신나 있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떤 시로 작업을 하게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대부분의 시가 모두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런데 당일이 되고 표시해 두었던 몇 편의 시중에서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전날 주야의 시에서 어떤 한 문장이 계속 맴돌았다. 거의 고통스러울 정도로 뇌리에 박혀있었기 때문에 나는 본능적으로 그 문구를 선택했다. 제목은 [무제]로 1-5까지의 숫자로 나뉘어있는 장시인데 그중에서 네번째 부분을 발췌해서 시와 춤을 진행했다.

시는 [나는 너를 생각하고 있어]로 시작된다. 나는 너를 생각하고 있어 낮이고 밤이고 잠겨있어라고 말을 하면서 춤을 출 때마다 나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폭력해지는 극단의 두 가지 모습이 나왔다. 마지막에는 머리를 뽑아버리는 제스처까지 했는데 난 정말 생각을 하다가 미쳐버릴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을 춤을 추며 깨달았다. 머리를 뽑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밟아 터뜨려 버렸다. 짓이기고 엉덩이로 문질렀다. 모든 것이 사라지자 나는 움직일 원동력을 잃었다. 무기력해졌다.

이 마음을 T와 공유했을 때 T는 [나는 내 몸을 버리고 헌신하려고 하고 있지]에 대한 문장이 초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헌신은 무엇이지? 버리는 건 뭐고 헌신은 어떻게 하는 거지? 버려야 헌신할 수 있나? 난 생각을 터뜨려 버렸고 헌신까지도 가지 못 했다. T의 제안으로 우린 녹음과 그림을 그리고 시작했다. 서로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계속 읇조리면서 종이를 찢어 색을 칠했다. 그림이라고 봐야 할지 색칠이라고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뭘 암튼 그렸는데 신기한 건 새로운 문장을 말할 때마다 다른 색으로 바꿔 칠하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 아무튼 우린 그걸 나눠서 그림을 세워둔 채 다시 춤을 췄다.
버리다는 것은 너무 일차원적인 움직임이 나왔다. 헌신… 너무 어려웠다. 난 어느 때보다 시와춤이 어려웠는데 하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알지 못하는 감각은 상상할 수 없고 그것은 춤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가 아는 감각 안에서만 춤으로 표현되는 걸까 그러면 시와춤의 취지와 다른데?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며 혼란스러움을 T와 공유했다. 해석하기 어렵고 다가가고 싶지 않은 감정 앞에서 몸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을 느꼈다. 흥미로운 건 버린다는 것에 대해 움직임이 서로 달랐는데 T는 터져버려 흩뿌려지는 이미지인 반면 나는 그대로 통째로 쓰러져 몇 번의 진동을 지나 땅에 곧두박질 쳐 박히는 느낌이었다. 우린 어느 때보다 많이 움직였는데 내 개인적으로 정리가 되지 않는 느낌이 컸다. 연습실을 나와서 젤라또를 먹으며 그래서 오늘 우리가 무얼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그래서 사랑이 뭔지에 대한 담론까지 이어졌다. 그 지경에 이르자 우린 체력적 한계를 느꼈다. 정말 많이 뭘 먹었는데 뭘 먹었는지 기억을 잃은 것처럼 우린 헤어졌다.
그날 밤 T에게 이런 메시지가 와 있었다.
덕분에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마음과 나를 지킨다는 마음을 아주 찬찬히 바라보고 싶어졌어.
부인할 수 없이 나는 사랑해서 이것들을 선택했다
혜인서 작가의 작품과 취향에 깊이 공감했고 나카하라 주야의 시가 사랑을 말하고 있어서 끊을 수 없다
사랑을 부인하는 나의 몸은 결국 머리가 뽑혀 산산이 쪼개지고 으깨져 땅으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늘 내가 바라는 방식으로 침전하여 말이 없다.
여름
아무래도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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