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2018.08.24-08.25) 극작/연출가 인터뷰 : 루나

2020. 12. 7. 14:39연극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퇴근한 L은 연인 M의 집으로 찾아온다.

사회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L은 하루 사이 자신에게 벌어진 일들을 M에게 털어놓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들이 대화 속에서

L의 내면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이 드러난다.

 

 

 

 

 

Q.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에서는 주인공을 둘러싼, 디테일이 다른 세 개의 사건이 차례로 드러난다. 병치된 세 가지 갈등을 통해 드러내려고 한 것은 무엇인가?

 

A. (루나) 이 극에서는 첫번째로 사회적 부조리, 두번째는 가족, 세번째는 친구와 연인과 관련된 개인의 문제가 드러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부조리를 얼마나 참고 있고, 그런 인내를 얼마나 강요당하는지 말하고 싶었다. 나도 모르게 받아들여야만 했던 것- 사람이 사소한 부조리를 견디지 못하면 남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거나, 개인주의자를 넘어 이기주의자, 사회의 낙오자 프레임을 씌우는 현상들에 대해. 이것은 결국 권력관계에서 형성된 건데, 소위 을로 지목된 사람이 그 노릇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시작점은 어디일까? 한 무리 안에서 사람들이 각자 갑이다, 을이다 위치를 정하고 나는 갑이니까 이만큼 해도 돼, 나는 을이니까 이렇게 해야만 해. 이렇게 서로의 지위를 비교하면서 갑질을 하거나, 예측복종을 하게 되는 거지. 내가 이 정도는 해야 될 거야, 이런 것들이 하나씩 쌓여서 개인 안팎으로 향하는 어떤 요구가 되고, 이 과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억압적으로 패배자 프레임을 씌운다. 대단치 않은 단계부터, 작든 크든 사회에서 각자 스스로 설정한다. 내가 갑인지 을인지 따지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계산한다. 그런 개인들의 생각이 맞물려서 굴러가는 것 같았다. 아주 사소한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관객들은 그걸 보면서 왜 이렇게 사소한걸 얘기해?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렇게 사소한 거라면, 우리는 왜 그토록 요구하는 걸까? 같은 맥락에서- 가족이라면 그 구성원 모두가 비슷할 거야, 라는 생각. 그런 단정 자체가 오류이고 폭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 안에서의 다양성도 꼭 인정… 아니 인정도 아니고, 아주 당연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차이인데. 가족이기 이전에 개인이고, 사람이잖나. 대부분 그런 여지를 간과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큰 집단의 하나의 성분인데, 혼자서 튀는 색을 가지면 이상한 것처럼. 사람은 물론 서로를 포함한 모든 것에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가족은 그 사회화의 첫 발판이지만, 그 존재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정 안에서 요구되는 감정들도 결국 사회적 역할의 단초다. 우애, 도리, 효도, 모성애 등등, 딸로서, 아버지로서 해내야만 하는 것. 진실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정 이전에, 사회적 관계로 부여되는 것. 거기서 개인은 인정받지 못한다.

 

 

 

Q. 제목이 주는 인상이 깊다. 제목을 정하고 집필을 시작한 건가, 아니면 글을 완결하고 제목을 나중에 붙였나? 

 

A.(루나) 제목은 글과는 별개의 일화에서 차용했다. 예전에 우연히 전해들은 이야기가 머리에 저장되어 있다가, 글을 쓰면서 자연스레 매칭이 되었다. 나는 지금 말하고 싶은 것에 대한 발화를 생략하고 글로 대체하는 중임을 새삼 깨달았다. '내가 일일히 상대방에게 말을 할 수 없지, 말할 수가 없어서 쓰지.' -.-일화에 대해 요약하자면, 사람이 나이가 서른 정도 되면 상대방이 날 힘들게 한다고 느껴도 직접 얘기하지 않게 된다는 거였다. 그러니 그 때부터는 각자 자신을 알아서 돌보고 돌아보고, 처신을 잘 해야 한다고. 더 이상 남이 나의 허물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두려움과 깨달음이 같이 왔던 것 같다. 우리 문화권이 유난히 
불편한 화제를 피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 그런 부분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침묵이 현답인 것처럼 여겨지는 사회다.

 

Q. 많은 연극이 누구나 들어볼 법한 큰 사건에 대해 다루곤 하는데, 이 작품은 아주 조그만 열쇠로 개인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연극을 통해 비교적 개인적인 사건의 연속을 다루는 것에 어떠한 의도가 있는가?

 

(루나) 이건 L과 M이 같이 살아가는 애기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고민을 알고 있고 그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다. 또한 바깥의 기준에 의해 뭔가 제한당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점에서 동일한 상황이다. 우리가 어느 한 사람의 개인적인 고민을 깊이 들여다보면, 결국에 그게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이 안 되니까 쌓여서 커지는 것 뿐이지. 가장 밑바닥, 근본부터 고민해 봐야 하지 않나 싶었다. 우리가 '그냥' 이라는 말로 소홀히 넘어 가는 것들이 많아 보였다.

 

 

Q.  적은 관객밖에 수용할 수 없는 작은 방에서 공연을 하는 것은 연출자로서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 했을 텐데, 그럼에도 무엇을 위해 이러한 형식을 고집했는가?


(루나) 방 안에서 이야기,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누군가 다른 사람의 방 안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그건 개인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형태일 것이다.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고.. 공연 수익과는 별개로 한 번쯤 실현해보고 싶은 아이디어였는데 이번 작품을 그 기회로 삼았다. 내 이야기를 내 방에서 할 때 다른 누군가는 들어주는 것. 서로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있을까?

 

 

 

 

하우스연극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

2018년 8월 23일 금요일 - 8월 24일 토요일

서울시 동작구 소재 개인주거공간

 

극작.연출 | LuNa

배우 | 박수빈 송미진

디자인 | NARCOS

현장진행 | 이슬

후원 | 서울문화재단

 

 

인터뷰 이어서 > https://luna.tistory.com/19